31 120년의 인생계획 나원T의 대학생활

 2020년, 이렇게 완벽한 숫자의 해에 우리는 세계 대전급의 재난을 맞았다.8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2020년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만한 숫자의 해였는데, 이 2020년이 이렇게 반전 드라마라니.15년을 한집에 산 내 아들을 보낸 뒤인데다 연말이라 그런지 요즘 들어 시간에 대한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나에게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가르쳐 준 교수가 한 명 있다.세키구치 선생님은 프랑스 제1대학을 졸업한 언론인이자 국경 없는 의사단의 일본 이사로, 나와는 대학 수업에서 만났다.베레모에 가죽가방이 멋진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샹송을 부를 정도로 흥이 넘치고 낭만적인 분이었다.그리고 나와 어머니를 도와주신 분이기도 하다.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수업과제는 내 인생 120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120년, 생각만해도 아득한 시간동안 누군가 물었다. 어떻게 120년이냐 지금 평균수명은 80대인데 100세까지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선생님의 대답에 약간 허를 찔렸다.선생님 본인이 우리 나이로 칭해진 평균수명을 훨씬 넘겨 살고 있다고요.그때는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고 하셨다.(알고 보니 지금은 70이 넘은 교수님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실 정도로 오래 사신 집이었다.) 아무튼!우리가 지금의 평균수명을 다했을 때 우리의 수명은 아직 많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했다.성보당(당시 김나원 납득중)

그렇게 작성하기 시작한 120년의 인생계획시간은 5년 단위로 멈춰야 했다.이것도 또한 10년이면 산천이 변할 수 있는 세월의 흐름이 이제는 빨라져서 5년 단위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 선생님의 생각이었다.이게 벌써 13년이나 된 일이니 벌써 3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어쨌든, 우리는 호화롭게 나눠진 종이에, 지금의 나이부터 120세가 될 때까지의 인생 계획을 적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너무 적은 게 많았어졸업까지 유럽 여행인턴하기,졸업전에취직하고,무사히논문쓰고졸업하기,일본에서영주권받기,결혼,산가구입1년에1회세계여행.부모님 크루즈여행시키기 : 할 게 너무 많았어.돈 걱정보다는 공간을 메워가는 기쁨이 더 컸다.그렇게 즐겁게 쓰다가 멈춰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나이가 있었는데, 그게 60세였다.25세부터 60세까지 정신없이 뛰었는데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여기서 현타를 세게 맞았다.상상도 할 수 없는 60살의 나 근데 앞으로 반이나 남았다니... 이걸 다 쓴다고? 근데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닌가 학생들 중에는 어느 80살에 사망이라고 나를 죽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어눌한 인생계획과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먼 훗날 그 사진과 우리의 계획은 얼마나 비슷한지..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재작년 여름에 일본에 갔을 때 세키구치 선생님과 요코하마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선생님 나이만큼 시간이 느껴지는 레스토랑이었는데, 거기서 120년 계획을 쓴 수업시간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이때 교수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대학 수업을 하는 동안 120년 계획을 매번 내놓으면서 학생들이 제출하는 인생계획이 점차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이다.학생들의 계획은 점점 더 현실적이고 미래가 없으며 모험도 하지 않고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하셨다.하기야 나도 학생들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역시 선생님도 느끼시는구나 싶었다.그렇다고 모두의 계획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추세가 바뀌고 있어 그 경향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120년 계획,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나..잘지내나?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2020년, 12월, 그리고 나이 많이 먹는 것이 나의 소원이 되었다.구태의연하지 않은 어른들이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선생님과 갔던 레스토랑 정보를 실어요.요코하마의 http://www.scandia-yokohama.jp/ 창업한 지 44년 요코하마의 노포 북유럽 요리 레스토랑 '스칸티야' 향수가 넘치는 요코하마 정서가 느껴지는 공간에서 소중한 분과의 시간을 즐겨라.웨팅, 각종 해치도 상담 가능합니다.www.scandia-yokohama.jp

이곳에서는 제가 역사의 한 부분임을 찡하게 느낄 수 있었던 구승상, 감사합니다. ( ´ ; ω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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